누에는 누에나방과(科)의 애벌레다. 원통형 몸은 13마디로 나뉘어 있으며 11마디째 등 쪽에 뾰족한 뿔이 우뚝 솟아 있다. 몸은 연한 껍질로 덮여 매끈하고 부드러우며 색깔은 희뿌연 젖빛이다.

누에나방의 일생은 알, 유생(애벌레), 번데기, 성체(成體)로 이어진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누에는 3㎜ 남짓이다. 털이 부숭부숭 나고 새까매서 '털누에' '개미누에'라고도 한다. 누에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죽은 듯 꼼짝 않는 것을 '누에잠'이라 하는데, 이는 허물을 벗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통 하루면 탈피를 끝낸다. 누에는 한 번 자고 허물을 벗을 때마다 허기를 느껴 무척 먹성이 좋아진다.

네 번 허물을 벗고 난 뒤 고치를 짓기 시작하는 누에를 '넉잠누에'라 한다. 그 무렵엔 색이 누르스름해지고, 살갗이 딱딱해지면서 행동이 둔해진다. 곁에 마른 댓가지나 소나무 가지를 얼기설기 얽어두면 가지로 꾸물꾸물 기어오른다. 그리고 명주실을 뽑아 켜켜이 몸을 둘러싸고선 그 속에 앉는다. 60시간에 걸쳐 1200~1500m의 비단실로 지은 고치 속에 자리 잡은 누에는 70여 시간 만에 번데기로 변한다. 12~ 16일이 지나면 나방이 된다. 나방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짝짓기에 바쁘다. 교미를 끝낸 암컷 나방은 500~600개의 알을 가지런히 낳고, 짝짓기하고 죽은 수컷처럼 서서히 죽고 만다.

누에는 버릴 게 없다. 비단을 얻을 수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며 인기다. 고치를 통째로 삶아 비단실을 뽑고 남은 게 우리가 먹는 번데기다.

● 자연과 인문을 버무린 과학비빔밥 2: 동물 편
지성사｜권오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