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자료사진

안네 프랑크(1929~ 1945년).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유대인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소녀다. 그가 남긴 일기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며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무자비하게 유대인을 탄압한 독일 나치스 정권의 감시를 피해 가족 등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는 동안 벌어진 일과 당시 시대상을 사춘기 소녀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안네는 이 일기장에 '키티(Kitty)'란 이름을 붙여주며 아꼈다. 오늘(12일) 안네 프랑크 탄생 85주년을 맞아 키티의 입을 통해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

"(1942년) 6월 12일 금요일 아침 6시에 눈을 떴어. 그날은 내 생일이었어. (중략) 7시가 되자 나는 엄마 아빠에게 아침 인사를 한 뒤 거실에서 선물 포장을 뜯기 시작했어. 맨 처음에 가장 멋진 선물인 일기장, 네가 나왔지."

안네의 일기 첫 장에 쓰인 내용이야. 나와 안네가 처음 만나던 순간이기도 하지. 내가 누군지 대충 눈치챘다고(웃음)? 그래, 난 안네와 가장 친한 친구 키티야. 빨간색 체크무늬로 된 일기장이지. 지금부터 너희에게 안네와 내가 약 2년간 나눴던 우정, 또 그녀의 삶에 대해 들려주려고 해.

안네는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어. 화목한 유대인 가정에서 언니 마르고와 함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 하지만 1933년 아돌프 히틀러(1889~1945년)가 이끄는 나치스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쫓겨나다시피 네덜란드로 떠났어. 설상가상으로 1940년엔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말았지.

독재자로 유명한 히틀러는 유대인을 무척 싫어했어. 독일인이 다른 인종들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혔거든. 심지어 독일의 모든 문제를 유대인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어. 결국 '반유대법'을 만들고 본격적인 유대인 탄압에 나섰지.

여기서 잠깐! 유대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고? 유대인은 이스라엘 사람을 일컫는 말이야. 원래 이들은 현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땅 부근에 모여 살았는데, 기원전 1세기쯤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됐지. 로마인들은 유대인들을 못살게 굴고 괴롭혔어. 견디다 못한 유대인들은 전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됐지. 1940년대 무렵엔 유럽에만 9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살고 있었다고 해.

안네한테 들은 반유대법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어. 유대인은 노란 별표를 달아야 하고,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전차를 타서도 안 됐지. 그뿐인 줄 아니? 오락시설도 이용할 수 없고 밤 8시 이후엔 집 안에만 있어야 했지. 학교도 유대인학교만 다닐 수 있다나? 정말 기막힌 일이야.

1942년 7월 5일엔 언니인 마르고가 나치스 친위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어. 유대인 수용소나 감옥에 보내진다는 의미지. 안네 가족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미리 마련해둔 '비밀 은신처'로 떠났어. 안네는 "우리는 마치 북극에라도 가는 사람처럼 많은 옷을 껴입었다"고 했지.

공장 사무실 건물 3층에 놓인 회전식 책장을 돌리면 나타나는 비밀 은신처엔 안네 외에도 판 단 부부와 그의 아들 페터, 치과 의사 알베르트 뒤셀이 함께 살았어. 이들은 아옹다옹 다투기도 했지만 서로를 위하며 지냈지. 이건 비밀인데 나중에 안네랑 페터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단다. 후후.

숨어 지내는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 걸어 다니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조심해야 했지. 안네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고, 자유가 그리워. 무엇보다 마음껏 울어보고 싶어"라고 말할 때 내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라디오와 이들의 은신처 생활을 도와준 마음씨 착한 네덜란드인들이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어.

이제부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2년여의 세월이 흘러 1944년 8월 4일, 게슈타포(독일 나치스 비밀국가경찰)가 은신처에 들이닥쳤어. 안네와 일행들은 유대인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안네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 작가를 꿈꿨던, 눈이 아름답고 예뻤던 소녀.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는 그의 말처럼 지금껏 살아남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전하게 됐네.

마지막으로 안네가 했던 말 중 인상 깊었던 걸 소개하려고 해.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이 정말 선하다고 믿는다."

Click 안네의 일기

1942년 6월 20일 토요일

(전략) 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내게 진정한 친구가 없기 때문이란다. (중략) 그 해결책이 바로 일기장이야. 이 일기장을 친구로 생각하고 '키티'라고 부를 거야. (이하 생략)

1942년 6월 21일 일요일

(전략) 연세가 많으신 수학 담당 케이싱 선생님은 한동안 나에게 매우 화를 내셨어. 내가 너무 수다를 많이 떤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 벌로 '수다쟁이'에 대해 작문을 해야만 했단다. (중략) 줄곧 고민하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 '수다는 여성의 특징이다. 나는 앞으로 수다를 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완전히 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어머니도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수다쟁이니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을 내가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이하 생략)

1943년 1월 13일 수요일

오늘 아침에는 모든 게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 바깥세상은 점점 더 끔찍해지고 있어. 밤이나 낮이나 가엾은 유대인들이 끌려가고 있어. (중략) 전쟁의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 괴로워질 뿐이야. 우리는 모두 하루빨리 이 불행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어. (이하 생략)

1944년 7월 21일 금요일

지금 우리는 희망에 부풀어 있어. 마침내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거든. 놀랍게도 히틀러 암살 사건이 일어났어. 유대인도, 영국인도 아닌 젊은 독일군 장교의 짓이었대. 애석하게도 미수에 그치고 주모자는 사살되었지만, 이건 독일인들조차도 히틀러의 전쟁에 반대한다는 걸 증명해준 사건이야. (이하 생략)

[안네에게 배우는 일기 쓰기]  

①글감=가장 중요한 일

하루를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을 적는 게 좋아. 여러 사건을 나열하기보단, 한 가지 일을 중심으로 자세히 쓰면 돼. 왼쪽 박스를 참고해보렴.

②솔직하게!

안네의 일기를 읽다 보면 '참 솔직하게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해. 사춘기 소녀가 겪는 감정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 솔직한 글만큼 감동을 주는 건 없어.

③다양한 형식 활용하기

안네는 '키티'라는 가상의 인물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일기를 썼어. 덕분에 '오늘 ~일이 있었다'라고 적는 일반적인 일기와 달리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