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친구가 문경의 어디에선가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많이 채취해서
들고 오기가 힘들었다고 자랑을 해서 부러웠고
버섯향을 좋아하니 그런 곳이라면 나도 좀 데려가 달라 부탁을 했었다.
녹색의 숲속을 헤메며 다니도 신기한 게 많으니 좋고
오랫만에 산행까지 하면 운동에 되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버섯까지 채취해 온다면 일석삼조라 여겨 기분좋게 따라나섰다.
그 친구는 일요일만 쉬니
나는 가게까지 땡땡이를 치고 차에 오르니
마음은 벌써 산속을 헤메고 있고 향이 그윽하고
예쁜 버섯이 가득한 걸 머리속에 상상하고 있으며
많이 채취해 온다면 누구부터 나누어줄까 생각하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전국 어디에나 길이 좋으니 차는 잘도 달린다.
전날부터 마음이 설레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라
잠시 차에서 졸았는가 싶었더니 목적지가 가까워 온단다.
차안에서 여러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작년에 갔던 곳이 아니라 이웃에 사는 친구의 고향으로 간다고 했다.
가만히 보니 내 고향 근처인 것 같은데 충북 괴산이라고 한다.
속리산이 가까운 충북 괴산 청천면은
버섯의 산지답게 많은 종류의 버섯이 전시되고 팔리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버섯을 보니
온산이 송이와 능이버섯으로 뒤덥혀 있을 것 같고
배낭이 무겨워 들고 오기가 힘들 것을 연산되니 마음이 바쁘다.
내가 아는 버섯이라고는
송이와 능이와 노루궁뎅이 싸리버섯이 전부다.
이곳 상점에서 대략 버섯의 모양새를 익히고
지인의 안내를 받아 버섯이 많이 난다는 산으로 직행.
지인이 버섯을 따오면 꼭 자신에게 검사를 받고 가라하며
버섯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독버섯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드뎌 산판길을 따라 안내해준 산에 올랐더니
구름이 밀물듯이 밀려오는데 기분이 환상적이다.
숲속에 구름만 가득하면 좋으련만 갑자기 비까지 어슬프게 내린다.
세시간 가까이 온산을 아무리 헤메고 다녀도
버섯이 많이 돋아나긴 했지만 내가 아는 비싼 버섯은 없다.
마음이 설레서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새벽에 출발해서 왔더니 허기가 져서 땀만나고 걷기도 힘들다.
지인이 두곳을 가르처 준지라
빨리 허기나 채우고 다른 곳으로 가자며 내려오고 말았다.
순식간에 막걸리 대여섯병이 동이나고
김밥과 잘 익은 홍어회가 족발은 어찌나 맛있던지...
시장이 반찬이고
구름 가득한 곳에서 곡차를 곁드린 점심은 환상적이었다.
짙은 구름이 몰려왔다가 물러가곤 하는 게
이런 모습도 보기가 힘드니 사진을 찍는 나야 만족하지만
버섯을 많이 따오겠다고 부인께서 도시락까지 잘 챙겨준 사람은 울산이 되었다.
속리산이 앞에 보이는 어느 산으로 왔다.
이 산은 주인이 없는 국유림이고
누구나 채취가 가능하고 송이버섯이 많이 난다했었고
아래에 보이는 마을이 내고향 마을같이 정겨워 보인다.
나를 안내한 아저씨는 수심에 차서 산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아무리 수심에 차도 없는 버섯은 없다.
온산을 아무리 힘들게 다녀도
송이는 보이지 않고 버섯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온몸은 땀에 젖어 칙칙하고
바지와 신발은 비에 젖어 질척거리고
마음은 집에가면 식구들 볼 면목이 없어 안타깝고...
모두들 버섯 한배낭 가득하게 따올 꿈은 사라지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솔버섯이라는 작은 버섯만
된장찌게 끓일만큼 따서 달랑거리며 내려오니 처량하기 그지 없다.
직경에 3-5센티정도의 작은 버섯이고
갓에는 빗살무늬가 아닌 구멍이 송송 뚫린 버섯이다.
새삼 우리나라가 좁고 어디에 무엇이 있다하면
사람들로 넘처나서 온산이 사람 발자욱과 페트병과 비닐로 넘처난다.
이 아저씨가 바로 나를 꿈에 부풀게 했고
또한 큰 실망을 안겨주어 마음 고생을 시킨 훌륭한분이시다.
원래는 심성이 착하고 침착하여
남에게 헛고생 시킬분이 아닌데 사람이 변한 모양이다.
헛탕진 값을 물어내라 윽박지르니
다음에 곡차를 거하게 산다며 용서해 달라고 한다.
곡차를 산다니 당장에 쾌히 용서를 했고 약속을 지키길 바라고...
오늘 이곳에 얼굴까지 공개를 했으니 약속을 아니 지킬 수가 없겠지.
그런 귀한 버섯이 산에 오롯이 남아서
나에게 까지 돌아 올리가 만무하고 안개낀 산을 헤메며
건강까지 다졌으니 이 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같이 산길을 걸으며...
"우리가 이렇게 산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건강한 젊음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고 물어 보니...
"아마.. 이제 십년도 남지 않았을거야.
지금 이렇게 신나게 다닐 수 있는 것만해도
우리의 건강에 감사해야 하고 행복해 해야 하는거야."
어이.. 친구 아저씨...
운전하느라 수고가 많았고
이제 버섯같은 것은 농촌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살아가자고...
욕봤다... 친구여...
[욕봤다는 말의 뜻은?
고생이 많았다는 갱상도식 덕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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