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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가드닝] 꽃으로 그린 수묵화, 동양 꽃꽂이
동양 꽃꽂이는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것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꽃병과 어우러지는 선의 움직임 그리고 선 밖의 여백, 이것이 삼박자가 되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바로 동양 꽃꽂이의 매력이지요. 새날이 시작되는 1월에 단아한 듯 화려한 우리 꽃꽂이 한 점을 바라봅니다. 순리대로 뻗어나간 나뭇가지 하나를 차분하게 꽂아놓은 모양새. 채우려면 먼저 비워내야 한다는 세상의 이치를 일깨워주는 듯합니다.


화룡점정의 멋을 한껏 담아
마른 나뭇가지에 대담한 꽃 한 송이는 화룡점정과도 같다. 나뭇가지의 유려한 선을 살리고 탐스러운 꽃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병 꽃꽂이는 침봉을 이용한 수반 꽃꽂이와 달리 고수버들이나 다래 넝쿨처럼 비교적 선을 잡기 쉬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왼쪽) 멋스럽게 뻗은 고수버들에 반다로 포인트를 준 작품은 도로스 아넥스 제작. 달항아리는 도로스 아넥스 소장품.
(오른쪽) 풍성한 섬담쟁이에 작약 한 송이가 오롯이 조화를 이룬 작품은 숙진 플라워 제작. 청자와 찻잔은 박물관 얼굴 제품.


여린 들꽃같이, 작은 들풀처럼
동양 꽃꽂이는 플로럴 폼(일명 ‘오아시스’)이 아닌 침봉에 소담스럽게 꽂는 것이 정석이다.
침봉은 플로럴 폼보다 소재를 고정하는 데 한결 용이하며, 생명력을 길게해 줘 보름 정도 두고 볼 수 있다.

(왼쪽) 노란빛 심비디움, 석화버들이 조화를 이룬 꽃꽂이는 도로스 아넥스 제작. 화병은 도로스 아넥스 소장품. 소반과 벽에 걸린 조각보는 김영진 차이 제품.
(오른쪽) 됫박에 색감이 자연스러운 덴드로븀과 독특한 선의 석화버들을 꽂은 작품은 숙진 플라워 제작. 됫박은 박물관 얼굴, 소반은 김영진 차이 제품.


꽃보다 향기로운 여백을 담아
여러 종류의 꽃을 풍성하게 꽂는 것이 서양 꽃꽂이라면, 동양 꽃꽂이는 어딘가 허전해 보이게 꽂는다.
여백을 많이 둘수록 보는 이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소재를 꽂아놓고 가지치기하면서 여백을 미를 연출할 수 있다.

(왼쪽) 작약과 산동백이 어우러진 작품은 도로스 아넥스 제작. 화병은 도로스 아넥스 소장품.

의외의 것이 만나 빚어낸 미학
동양 꽃꽂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우연처럼 만나 필연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강렬한 색의 꽃과 소박한 소재, 한국의 옹기와 이국적인 꽃 등 이질적인 것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오른쪽) 수반에 심비디움과 망개 열매를 꽂은 작품은 도로스 아넥스 제작. 수반, 다관, 찻잔은 모두 도로스 아넥스 소장품.


청청한 소나무, 선비 정신의 표상
사시사철 푸르고 비바람에도 변함없는 소나무는 직립형의 동양 꽃꽂이에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소재다.
간결한 듯 강렬하게 꽂혀 있는 소나무에서 선비의 청빈한 삶과 기개가 느껴진다.

(왼쪽) 소나무와 동백을 꽂은 꽃꽂이는 숙진 플라워 제작. 황해도 도자기는 박물관 얼굴, 방석은 김영진 차이 제품.

나뭇가지 하나에 담긴 자연의 순리
먼저 틀을 정해놓고 꽃을 꽂는 서양 꽃꽂이와 달리 동양 꽃꽂이는 자유롭게 뻗어나간 나뭇가지의 선을 그대로 살린다.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 이는 동양 꽃꽂이의 매력이다.

(오른쪽) 소나무에 임모란을 꽂은 작품은 숙진 플라워 제작. 화병, 다관, 찻잔은 모두 박물관 얼굴 소장품.

플로리스트 이숙진 씨에게 배우는 동양 꽃꽂이
35년 전 동양 꽃꽂이의 명장 고하수 선생에게 사사한 숙진 플라워 이숙진 대표는 동양 꽃꽂이를 할 때 다음 몇 가지만 기억하면 한결 쉽다고 말한다.

물 올리기는 기초다 꽃 시장에서 구입한 꽃을 집으로 가져와 바로 꽂기보다는 물 올리기를 충분히 해준 후 꽃을 꽂는 것이 좋다. 물 올리기란 절화된 꽃의 물을 빨아올리는 힘을 다시 살려내는 것을 말하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줄기를 물속에 담근 채 비스듬하게 자른 후 가지런히 모아 신문지에 둘둘 감아 물을 채운 양동이에 담가둔다. 신문지로 감아놓는 것은 잎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증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꽃을 꽂을 때도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 꽂아야 화기 안에서도 물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3주지를 기억하라 주지는 작품의 골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를 말하는 것으로 꽃, 나뭇가지를 가리킨다. 꽃꽂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모양은 3주지. 이는 꽃을 꽂을 때 세 송이 꽃(또는 가지)을 꽂아 먼저 틀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제1주지, 이를 따르는 제2주지, 여기에 조화를 이루는 제3주지를 구성해보자. 이 3주지가 삼각형을 이루면 전체적인 모양이 가장 균형 있게 잡힌 것이다.
꽃 한 송이에도 얼굴이 있다 꽃을 360도 돌려봤을 때 가장 소담하고 예쁘게 핀 부분이 꽃의 얼굴이다. 꽃을 꽂을 때 꽃의 얼굴이 똑바로 정면을 향하게 꽂는 것이 서양식이라면, 동양 꽃꽂이에서는 꽃끼리 서로 살짝 바라보게 꽂는다. 꽃 한 송이를 꽂을 때도 정면을 향해 꽂기보다는 수줍은 듯 약간 틀어 꽂을 것.
침봉을 활용하자 플로럴 폼을 사용할 때는 꽃을 꽂기 전에 어떻게 꽂을지 정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꽃을 꽂다가 빼고 다시 꽂다 보면 뺀 자리에 틈이 생겨 플로럴 폼이 금방 망가지기 때문이다. 반면 침봉은 반영구적이다. 관리만 잘하면 10년은 거뜬히 쓸 수 있다. 꽃을 꽂으려는 모양에 따라 동그란 것, 네모난 것 등 골라 사용할 수 있다.
화기만 잘 선택해도 반은 성공이다 동양 꽃꽂이에서 꽃병은 꽃만큼이나 중요하다. 여러 송이가 아닌 한두 송이를 꽂을 때는 더욱 그렇다. 백자, 청자, 질그릇, 오지그릇은 물론 넓적한 수반까지 우리네 도자기는 어떤 꽃과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세련된 미를 풍기고 싶을 때는 청자를, 단아한 미를 연출하고 싶을 때는 백자를 이용해보자.


(왼쪽) 동양 꽂꽂이에 필요한 도구들.
(오른쪽) 박물관 얼굴

꽃 고르는 방법은 따로 있다
꽃 시장에서 꽃을 살 때는 인공 조명이 없는 햇빛 아래서 상태를 잘 살핀 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게 초보자들은 대개 꽃 상태만 보고 싱싱하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봐야 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줄기가 튼실한지, 잎사귀에 생생하게 물이 올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꽃이 싱싱해도 줄기가 망가져 있으면 금세 시들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 꽃을 오래 두고 보려고 봉우리진 것을 고르곤 하는데 잘라서 파는 절화의 경우 막 피기 시작한 꽃이 좋다.

100가지 화기를 만날 수 있는 곳, 박물관 얼굴
분원백자의 도요지의 경기도 광주 분원리에 있는 함석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극단 ‘민중극장’ ‘자유’ 대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역임한 연극연출가 김정옥 씨 부부가 마련한 박물관 얼굴. 평생 동안 수집한 목인, 초상, 와당, 탈, 가면은 물론 한쪽에는 화병으로 쓰기 좋은 다양한 도자기를 갖추고 있다. 독특한 모양새의 황해도 도자기, 우아한 빛이 살아 있는 청자, 순박한 선의 백자, 그리고 현대에 빚은 도자기 등 우리 꽃꽂이에 어울리는 화기를 구입하고 싶을 때 방문해보자. 문의 031-765-3522, www.visagej.com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