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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순, 시로 만나다 3] 쥐꼬리 손유순 자문위원 2020-11-12 03:04:10


어릴 적 가을 추수가 한창이면 창고가 없어서 봉당에 벼와 콩 등 여러 가지 잡곡을 가마니에 담아서 높이 쌓아 놓는다. 우리 집 쥐들도 가마니마다 구멍을 뚫어서 가을걷이 해 놓은 것을 주인 몰래 가져가기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던 어느 날 초4년쯤에 담임선생님께서 쥐꼬리 가져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할머니 쥐꼬리 주세요.


“아니 웬! 쥐꼬리냐?” 하시면서 되물어 보신다.
-오늘 숙제가 쥐꼬리 갖고 가는 거예요.


“그럼 쥐덫을 놓아야 하겠구나!” 하시며 광에서 쥐덫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설치를 하신다. 쥐덫 안에는 맛있게 찐 고구마를 넣어서~


“내일 아침에 쥐꼬리 줄게 기다려봐라~” 


궁금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쥐덫을 봤더니 얄미운 쥐가 찐 고구마는 먹지 않고 밤새도록 곡식만 가마니마다 구멍을 뚫고 콩만 물어 날랐나봐~


“순아! 쥐들도 영리해서 죽을까봐 피해 다녔나보다. 어떻게 하냐? 우리 집엔 쥐가 없다고 해라~” 웃으시며 말씀하시던 할머니


한밤중에 잠을 곤하게 잘 때면 천정에서 쥐 가족들이 ‘찍찍~찍~’ 싸우는 소리도 들리더니 ‘쿵쾅’거리며 뛰어노는 소리도 들리고~ 할머니가 주무시다 일어나셔서 할아버지 긴 담배 대로 두드리면 조용해지고 오줌을 싸서 천정엔 세계지도도 그렸지~


세월이 흘러 막내 외삼촌이 집에 오셨다. 농사도 지으면서 한우를 키우는데 한우를 수십 마리 키우신다고 하시며 아버지와 대화 하시는 것을 듣게 되었다.


“ 매형님! 예전에는 소죽을 쑤어 주었는데 지금은 사료와 수입 콩을 먹이로 주어 일손이 많이 안 들어요.” 라고 하신다.


“순아! 사람들은 수입 콩으로 두부랑 식용유도 만들어 먹지?” 라며 외삼촌이 말씀 하시고
-네 그런데요.


“쥐들은 죽을까봐 안 먹어” 하신다.


“봉당에 수입 콩을 쌓아 놓으면 쥐들이 건드리지 않는다. 사람이 똑똑한 것 같아도 동물들이 더 똑똑한 것 같다.~ ” 라고 하셨던 기억이 생각난다.


예전에 각 나라 지진나기 전이나 홍수나기 전에 동물들이 대이동 하였다는 TV 뉴스를 본 기억이 생각난다.


* 봉당 : 건설 안방과 건넌방 사이의 마루를 놓을 자리에 마루를 놓지 아니하고 흙바닥 그대로 둔 곳  


 # 소정 손유순/1990 - 현재  소정도예연구소장, 1999 - 2000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강사, 2001-경기도세계도자기엑스포 개막식(김대중 대통령 접견), 2002-국제도자 워크샵 초대작가 – 한국도자재단, 2004-경기도으뜸이 도자기 부문 선정(청자 참나무재유 개발)-경기도지사, 2014-사단법인) 다온시문화협회 시인, 본지 도자기 부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