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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Curie)가 두 번째 노벨상을 받고 기자석상에서 "과학자는 호기심에 찬 어린이의 눈과 정복자의 모험심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뉴턴이 떨어진 사과를 아무 생각 없이 주워 먹기만 했다면, 또 알을 품어보는 어린이의 순진함이 에디슨에게 없었다면 그렇게 큰 과업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퀴리는 1903년에 남편 피에르(Pierrp)와 함께 첫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다시 1911년에는 라디움을 분리하여 두 번째의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부부가 함께 라디움(ridium) 연구에 일생을 투신하였고, 그것이 지금의 X선으로 인류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하였는가. 두 딸도 많을 일을 하였으니 이것이 퀴리 가, 퀴리 집안이다.
그러면 과학(科學, science)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과학을 하는 것일까.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라는 좋은 구호가 있는데 적절한 '과학적' 표현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 자체가 과학적이라야 하겠고 과학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순수한 과학의 의미는 자연 속에 몰래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을 말한다. 그 수수께끼를 풀려면 무엇보다 자연(自然, nature)에 흥미를 갖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연을 들여다봐야 한다. 왜 사과는 떨어지는 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았다면 지구가 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많은 업적은 '우연'이란 말이 있다. 뉴턴도 떨어지는 사과를 주워서 바지에 쓱쓱 문질러서 많이 먹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아니, 저게 왜 떨어지지."라는 강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호기심이란 주번에 일어나는 작은 일도 그러려니, 그렇겠지 하고 지나치지 않고 왜라는 의문을 갖는 것을 말한다. 만일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이 신기롭고, 새롭고, 흥미롭게 보았다면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물려고 노력하고, 질문하고, 문헌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주변의 일들에 너무 무관심하고, 왜라는 의문 없이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 강의시간에 첫 번째로 던져보는 질문이 '파리 날개는 몇 개냐?'는 것이다. 의외로 정답이 없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매우 놀랐다. 뛰듯이 기고, 기면서 뛰는 날개 없는 파리를 관찰해봤을 것인데도, 눈에도 안 보이는 DNA, ATP는 달달 외워 아는 이 학생들이 파리 날개가 몇 개인지는 모른다. 바닥 교육부터 철저히 시켜야겠다는 것을 느끼는 대목이다. 파리 날개가 4개라고 답하는 학생은 곤충의 날개는 4개고, 파리도 곤충이니 4개일 거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사고의 뇌 구성이 되어 있다.
과학은 곧 "백 번 들 어도 한 번 보는 것만 못 하다(百聞而不如一見)."는 의미를 갖는다.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은 "백 번 보아도 한번 듣는 것만 못한(百見而不如一聞)." 속성도 가지고 있다. 파리를 백 번은 보았을 것이나 눈으로만 보았지 마음으로 (의문을 가지고) 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파리 날개는 실제는 2장이다. 이 실제라는 말은 곤충이기 때문에 4장이었으나 2장은 퇴화되고 날개 같은 날개는 2장이고 퇴화된 2장은 평형곤으로 몸의 평형을 담당하고, 날개를 뗀 파리에서도 "잉" 하는 날개 소리가 약하게 나는 것을 이 작은 평형곤이 떠는 소리다. '보는 눈'이 아니라 '찾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타일러주는 곳이다. 이러고는 또 다른 질문을 숨 쉴 사이도 없이 던져본다. 100원 짜리 동전 한 면의 둘레에 점이 많이 있는데 그 점이 몇 개냐는 질문이다. 학생들은 그 때야 관심을 가지고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끄집어내 헤아려본다고 부산을 떤다. 지금까지 동전을 동전으로 평가하였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질문은 세종대왕은 몇 살을 살았나를 질문해본다. 틀림없이 한국사 시간은 아니다. 만원 짜리 지폐를 수없이 만져봤을 것이고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될 일이었다. 다음 질문도 학생들을 어지럽게 만드는 섬광을 발휘하는 질문이다. '19 공탄'이라는 연탄의 구멍은 몇 개인 가다. 지금은 기름, 가스가 많이 공급되어 있으나 학생들 모두가 연탄과 가까이하고 있고, 길가의 연탄재를 발로 차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몇 개냐고 다잡아간다. 그래도 한두 사람은 관찰해보았기에 정답을 말한다. 문제는 대상의 학생들이 자연을 전공하겠다는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연탄의 가운데 구멍이 하나 있고 둘레에 7개, 그 둘레에 7의 배수가 있다. 연탄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연탄재의 무게는, 그래서 그 차이는?.......무궁화 꽃잎은 몇 개냐의 이야기를 해 가다보면 90분이 언제 모르게 지나간다.
모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새를 그려보라는 질문에 다리를 4개 그린 학생이 10%가 넘었다고 한다. 파리를 그리라고 했다면 거의 전부가 잠자리를 그려놨을 것이라는 것을 불을 보듯 하다. 그래서 독서는 물론이고 관찰의 기회조차 빼앗은 것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아이들은 모두가 어른들의 작품(산물)이기 때문이다. 머리에는 먹물 대신 증류수를 들게 하고 백내장의 눈을 갖도록 한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대기만성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그 기미가 보이는 법이다. 희떠운 수작 부린다고 되지도 않고 그렇게 달달 볶는다고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저 아이들(중, 고등학생)에서 졸라맨 끈을 좀 느슨하게 풀어주자. 교육은 골고루 차려진 밥상이라야 한다. 국어, 수학, 영어가 전부가 아니다.
과학의 산물은 모두가 자연의 모방이다. 자연을 잘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얻은 것이다. '잠자리 비행기', '고래 잠수함', '사람 로버트', '지렁이 컴퓨터'라는 이름이 있다. 헬리콥터가 어떻게 잠자리처럼 비행할 수 있는가. 그것은 대단한 사람의 지혜다. 사람은 하늘을 나르고 싶었고 빠르게 달리고 싶었으며, 달리는 차의 기어 넣는 것이 힘들어 자동기어를 만들고, 사진기의 초점 맞추기를 힘들어했는데 자동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카메라가 나왔다. 달나라 가는 꿈도 이제는 꿈이 아니지 않은가. 모두가 의문을 갖고 어떻게 하면 되느냐에 골몰한 결과다. '왜(why)라는 의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how)도 또한 매우 긴요한 과학 하는 태도이다. 어떻게는 의문의 연장선에서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부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퀴리 가도 그렇고 헨리혜성의 헨리 가도 그렇다. 헨리의 아들은 물론이고 손자가 망원경으로 할아버지별이 지구 가까이 오는 것을 관찰하고 있는데 이것이 학문의 가계성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또 그 증손, 현손이 조부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우리 나라는 과학의 역사는 매우 짧아 이제 겨우 2대 또는 3대에 접어들었고 우리 생물학계도 아버지의 업(전공)을 그대로 이어 받아 퇴임한 아버지 자리(대학)에서 같은 연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쳐야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미친놈이 많은 세상은 살맛이 나는 세상이고 미친 사람이란 멋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멋있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살맛 나는 세상이다. 평범한 생각, 평범한 생활의결과는 결국 멋없는 평범밖에 남지 않는다. 보통 스승에서는 평범한 제자만 생산된다. 선생부터 미쳐야 한다. 하나에 미쳐서 지내는 스승에서 미침을 제자들은 배운다. 그 미침은 예술, 문학, 철학, 과학의 미침을 말한다. 뭔가에 미친 사람은 모두가 칼 같을 결단력이 있고, 소처럼 도전하며 얼음 같은 냉철함이 있고 무구한 순진함이 있으며, 하나면하나지 둘이 아니 단순함과 한다면 하는 과단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과학자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의 만능 사상에 큰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과학은 결국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물질과학인 것이다. 과학, 과학 하면서 가르치고 키운 저 많은 머저리 젊은이들을 보라. 물질만능사상에 젖어 있고 그것은 결국 정신의 고갈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물질만능은 곧 황금만능으로 통하고 돈은 자본주의 사상의 모태다. 미국 생활을 조금했던 솔제니친은 자본주의국가들의 '영혼의 죽음'을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돈이면 모두라는 생각은 알량한 그 놈의 과학이 배설한 노폐물이다. 큰소리 치는 이 노폐물이 쌓인 나라들이나 국력이 과학에 매여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과학이라는 이 가당찮은 괴물이 언젠가는 지구를 크게 해코지하고 통째로 삼킬 때가 올 것이다. '과학의 공해'를 마냥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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